코로나19 백신 ‘이물질 신고’ 1,285건…식약처 통보 없이 1,420만 회분 접종 논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이던 시기, 일부 백신에서 곰팡이·머리카락·이산화규소 등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관계 기관 간 적절한 통보와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신고가 접수된 동일 제조번호 백신이 이후에도 1,420만 회분이나 접종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우려가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행정 미흡을 넘어, 감염병 위기 상황 속에서 백신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 3년간 이물질 신고 1,285건…‘위해 우려’ 사례도 127건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3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질병관리청이 접수한 코로나19 백신 이물질 신고는 총 1,285건에 달했다. 이는 국내에서 유통된 3개 제조사의 백신을 모두 합산한 수치다.
이 가운데 고무마개 파편 등 접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순 사례는 835건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외 127건이다. 감사원은 이들 사례를 곰팡이, 머리카락, 이산화규소 등 ‘위해 우려 이물질’로 분류했다.
실제 공개된 사진에서는 백신 병 내부 액체 사이로 검은색 또는 흰색 이물질이 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단순히 접종 과정 중 발생한 오염이 아닌, 제조 또는 유통 단계의 문제 가능성까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 식약처에 단 한 건도 통보 안 돼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신고가 의약품 안전성을 총괄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단 한 건도 통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련 규정에는 위해 우려가 있는 의약품 사례가 발생할 경우 식약처 통보 및 후속 조치가 명시돼 있다. 그러나 감사 결과, 질병관리청은 해당 신고들을 제조사에만 전달했을 뿐, 식약처에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물 신고 1,285건에 대한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으며, 이 중 127건은 위해 우려 사례로 파악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 보고 누락이 아니라, 제도적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 신고 이후에도 1,420만 회분 계속 접종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동일 제조번호 백신의 접종 지속이다. 이물질 신고가 접수된 백신과 같은 제조번호 제품 약 1,420만 회분이 신고 이후에도 계속 접종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조사 조사 결과는 몇 달 뒤에야 나왔고, 그 사이 식약처의 접종 중단이나 회수 조치 등은 별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문제 제기 → 제조사 자체 조사 → 결과 통보’라는 구조가 반복된 셈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제대로 된 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인체에 얼마나 문제가 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위해 우려 이물질이 발견된 제조번호 백신의 이상 반응 보고율이 다른 제조번호 평균보다 최대 0.265%포인트 높았다고 밝혔다.
수치상 큰 차이는 아닐 수 있지만, 국가 차원의 대규모 접종 사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다.
■ 질병관리청 “제조 공정상 문제는 없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제조사 조사 결과 해당 제조번호 백신의 제조·공정상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단순한 ‘문제 없음’ 발표를 넘어, 투명한 정보 공개와 재발 방지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염병 위기 속에서 백신은 생명을 지키는 핵심 수단이었다. 그렇기에 그 안전성에 대한 의심은 단순한 행정 논란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 문제로 직결된다.

■ 백신 안전관리,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이번 감사 결과는 몇 가지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 기관 간 통보 체계의 미작동
위해 우려 사례가 발생했음에도 감독 기관에 통보되지 않은 점은 명백한 관리 공백이다. - 제조사 중심 조사 구조
외부 독립적 검증 없이 제조사 조사에 의존한 체계는 객관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 사후 공개의 한계
대규모 접종이 완료된 이후에야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사전 예방적 조치가 어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도 ‘속도’와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이물질 신고 즉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합동 조사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한 통보·공개 절차를 자동화해 행정 재량에 의존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신뢰 회복이 가장 큰 과제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중 하나는 ‘공공 보건 정책은 신뢰가 기반’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더라도, 관리와 소통이 미흡하면 불신은 빠르게 확산된다.
이번 사안 역시 단순히 과거의 행정 실수로 끝낼 것이 아니라,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이자 동시에 공동체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정부가 보다 투명하고 신속한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그리고 국민 신뢰를 다시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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